BRUNNER
AI로 만든 브런너 연재4화무료
음표를 타는 아이

악보 속에 들어온 수아

손끝이 닿는 순간, 세상의 모든 소리가 아득한 심해 속으로 가라앉았다. 수아는 균형을 잃고 암흑 속으로 곤두박질쳤다. 몸이 한없이 늘어지고 뒤틀리는 기분, 위아래도 없이 사방에서 쏟아지는 압력에 숨이 막혔다. 공포가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마치 젤리처럼 출렁이는 공간을 통과한 후, 모든 감각이 갑작스럽게 멎었다. 몸이 투명한 액체 위에 사뿐히 내려앉는 듯했다. 눈을 뜨자, 수아는 아득히 넓은 허공에 떠 있었다. 발아래로는 아교처럼 빛나는 오선지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그 위를 수없이 많은 음표들이 유영하고 있었다. 거대한 음표들은 제각기 다른 모양과 색깔로 반짝이며,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였다. 어떤 음표는 나비처럼 가볍게 날아다녔고, 어떤 음표는 커다란 물고기처럼 오선지 사이를 유유히 헤엄쳤다. 그들의 움직임은 하나의 거대한 교향곡을 이루고 있었다. 몽환적이면서도, 어딘가 섬뜩한 조화를 이루는 소리였다. "온아…!" 수아는 갈라진 목소리로 온이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파도에 휩쓸린 모래알처럼 미약하게 흩어질 뿐이었다. 온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음표들만이 그녀를 알아보기라도 한 듯, 일제히 같은 방향으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아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음표들의 움직임은 더 빨라졌고, 그들의 색깔은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마치 그녀의 감정을 흡수하는 것처럼, 음표들의 춤은 격렬해졌다. 그때, 오선지 저 멀리서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2화에서 온이가 만났던 거대한 음표 괴물이었다. 마치 태고적 거인이 깨어나는 듯, 그 음표 괴물은 묵직한 베이스 음을 뿜어내며 오선지 위를 기어오기 시작했다. 그 크기만으로도 압도적이었지만, 괴물의 몸에 박힌 수많은 작은 음표들이 마치 눈알처럼 번뜩이며 수아를 응시하는 순간, 등골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저게… 뭐야…?" 수아의 심장이 발작적으로 울렸다. 괴물은 몸을 흔들어 거대한 음표들을 떨어뜨렸다. 그 음표들은 마치 폭탄처럼 굉음을 내며 오선지 위에 박혔고, 그 충격에 온 사방의 음표들이 혼란스럽게 흩어졌다. 괴물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듯했다. 괴물은 그녀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때, 흩어진 음표들 사이에서 유독 밝게 빛나는 한 점이 수아의 시야에 들어왔다. 작고 투명한 음표였다. 그 음표는 마치 길을 안내하듯, 괴물이 다가오는 반대편으로 빠르게 헤엄쳐갔다. 마치 ‘따라오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수아는 잠시 망설였다. 거대한 음표 괴물의 위협 속에서, 과연 저 작은 음표를 믿어도 되는 걸까? 아니면, 저것 또한 이 기괴한 세계의 함정일까? 하지만 온이를 찾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했다. 괴물이 뿜어내는 섬뜩한 음파가 그녀의 몸을 옥죄기 시작했다. 괴물이 거대한 팔을 뻗어 수아를 향해 내려치는 순간, 수아는 본능적으로 몸을 틀어 작은 음표가 이끄는 방향으로 헤엄쳐갔다. 그녀의 몸이 음표들의 흐름에 휩쓸려 빠르게 미끄러졌다. 작은 음표는 빠르게 오선지 사이를 가로질러 낯선 곳으로 향했고, 그 뒤를 따르는 수아의 뒤편에서는 굉음과 함께 괴물의 거대한 그림자가 맹렬히 쫓아왔다. 과연 수아는 이 정체불명의 안내자를 따라 무사히 도망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작은 음표는 온이와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