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NER
AI로 만든 브런너 연재4화무료
비가 그친 뒤의 보관소

은밀한 서고의 기록

유안의 손이 은밀한 서고의 묵직한 문고리를 밀었다. 삐걱이는 낡은 나무 문이 마침내 열리고, 안쪽에서 훅 끼쳐오는 서늘한 공기가 유안의 뺨을 스쳤다. 그의 푸른 기운 도는 흑발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일반 기록 보관소의 정돈된 먼지 냄새와는 확연히 달랐다. 이곳은 흙내음과 오래된 종이가 습기에 젖어 눅진해진, 어떤 생명체라도 숨 쉬고 있을 것 같은 습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어둠 속에서 빛 한 줄기조차 찾기 어려웠지만, 유안의 눈은 그 미약한 빛마저 흡수하듯 서서히 적응해갔다.

발아래는 흙이 단단히 다져진 바닥이었다. 벽을 따라 늘어선 것은 일반 서고의 가지런한 철제 선반이 아니었다. 거친 나무 기둥들이 천장까지 닿아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넝쿨처럼 얽힌 덩굴이 축축하게 매달려 있었다. 기록들은 선반이 아닌, 진흙으로 빚은 듯한 투박한 단지나, 낡은 천 조각으로 묶인 채 벽에 걸려 있었다. 숨을 들이쉬자 습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이곳의 기록들은 단순한 종이 조각이 아니었다.

유안은 손목의 낡은 회중시계를 습관처럼 만지작거렸다. 마치 그 시계가 이곳의 시간을 붙잡아줄 수 있을 것처럼. 그의 시선이 한 단지에 꽂혔다. 다른 단지들과 달리 표면에 옅은 빛을 발하는 듯한, 투명한 유리가 박혀 있었다. 유안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단지 안에 손을 넣었다. 차가운 흙덩이 사이에서 딱딱한 것이 만져졌다. 윤서의 학생증과 같은 재질의, 닳고 닳은 플라스틱 조각. 표면에 글자는 없었지만, 유안은 알 수 없는 기시감에 사로잡혔다.

그때, 등 뒤에서 명랑하지만 어딘가 엉뚱한 목소리가 들렸다. "왔네, 유안 씨. 여기 문 열리면 내가 모르겠어요?" 유안은 화들짝 놀라 몸을 돌렸다. 낡았지만 밝은 주황색 오버사이즈 작업복을 입고, 벙거지 모자로 얼굴의 반을 가린 오지나가 등에 커다란 공구 가방을 메고 서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오래된 기름등이 들려 있었고, 그 불빛이 그녀의 왜소한 체구를 묘하게 키워 보였다. "오지나 씨." 유안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여긴 처음이죠? 다른 기록 보관소랑은 좀 다르죠?" 오지나는 빙긋 웃었다. "여긴 ‘사라진 하루’가 아니라, ‘사라진 존재’들을 위한 기록들이에요." 유안의 심장이 쿵 떨어졌다. "사라진 존재…?" "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하루를 지우고 싶어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하루가 지워지면 자기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 걸 깨달아요. 혹은,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하루를 지움으로써 그 존재를 없애려 할 때… 이곳에 그 잔흔이 남죠." 오지나는 단지들을 쭉 훑어보며 말했다. "이곳의 기록들은 만지면 안 돼요. 잘못 건드렸다